ARTIST

Release 

Ang 4 - Aug 26, 2023

Introduction


서인갤러리는 2023년 8월 4일부터 8월 26일까지 최유성의 세 번째 개인전 《RELEASE》을 개최한다. 전시 제목 《RELEASE》는 양궁에서 궁수가 활에서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는 것을 뜻한다. 화살의 정확도를 위해 궁수는 안정적인 자세를 바탕으로 힘의 분배와 호흡 조절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최유성의 작업 태도도 그와 비슷하다. 그의 작업 속의 비정형의 형태는 현실과 닮아있으나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가 대상을 묘사하는 방식은 궁수의 화살이 과녁에 도착하는 과정, 즉 적중하려는 시도와 같다.

그 화살의 시작점은 그림을 그림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는 현실을 모방하지 않는, 재현하지 않는 그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그림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도록 모든 대상 간에 관계를 지워냈다. 그림은 그림일 뿐 어떤 의미를 전달하지 않으며 작가 본인의 자아와 그리는 순간에 발생한 교감을 실체화한 것이다.

무의식에서 우러나온 동물들의 형태는 작은 드로잉으로 표현되었다. 개구리나 오리의 모습은 면과 면 사이에서 부분이 숨겨지거나 과장되어 있다. 기둥을 타고 흐르는 손들과, 가려진 누군가의 뒤집어진 발, 물리법칙을 옆으로 밀어둔 <안과 밖>은 2차원도 아니고 3차원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모습으로 감상자로 하여금 입체와 평면의 공간을 번갈아 가면서 상상하게 한다. 이 구성 요소들은 단순 나열이 아니라 여러 형태가 결합되어있는 모습인데, 이것은 일종의 약속된 도형의 정의를 무너뜨리는 작가의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예를 들어, 삼각형을 상상할 때 구성 요소를 떠올리는 것은 각자 다를 것이다. 세 개의 점이나 세 개의 선분, 또는 단순 세모일지, 각의 크기에 따라 어떤 삼각형의 형태인지도 사람들마다 다르다. 최유성의 작업은 도형을 구성하는 이러한 요소들을 개별로 분리한 것이 아니라 결합한 것이며 이 결합 과정에서 작가는 대상의 단순 재현이나 모방이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을 더 해서 화면을 구성한다. 그렇기에 그는 감상자에게 입체와 평면의 정의를 자유롭게 맡긴다. 이차원적인 작품은 공간으로도, 정돈된 색면으로도, 그리고 어떤 특수한 상황을 포착한 것으로도 보이는, 정답이 없는 화면이다. 화면 위의 혼재된 각각의 대비 즉 명도와 채도, 색면의 대비들이 선과 도형의 특징을 극대화한다.

그림에서 작가 본인이 경험한 것이 캔버스 위에서 실현되었기에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비현실적인 요소들은 때로 현실적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바라보는 <하늘 선의 손>은 현실로 가져온 요소이다. 3D프린팅으로 구현하여 모퉁이에 자리 잡은 이 손은 마치 작품 속의 손이 밖으로 나온듯한 느낌이 들게 하며 화면이 우리가 사는 차원으로 확장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전시장을 거닐던 감상자는 모퉁이에서 갑자기 등장한 이 손을 피하기 위해 존재를 인지하고 그 공간을 피부로 인식하게 된다.

감상자가 자신만의 해석에 따라 작업을 이해할 때 이 대상들은 신선하고 낯설게 느낄 것이다. 우리가 작품 안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지 않고, 그림은 그림일 뿐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받아들일 때, 작가의 의도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감상의 의무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이 부자연스러운 것들의 조합을 즐길 수 있다.

“RELEASE”의 또 다른 의미는 발산과 해방이다. 특히 어떤 특정 부분에서 갇히거나 막혀있던 것을 풀어내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최유성 작가가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고민했던 질문, 그림이 그림으로 인식되게 하는 정의는 무엇일지에 대한 답, 이것에 대해 하나의 정해진 답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작가가 비로소 느낀 해방감을 이번 《RELEASE》에서 알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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