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오는 11일부터 공개되는 하연주 개인전 《Knock Tales》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개개의 작은 집의 문을 두드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Knock Tales’는 문자 그대로 이야기를 두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관람객은 작품 속 인형의 집 앞에 선 손님이 되어 문을 열고 들어가듯 각기 다른 이야기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그곳은 익숙한 현실의 공간이면서도 동시에 감탄을 자아내는 환상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돌 하우스(인형의 집) 시리즈에는 신데렐라, 엄지공주, 빨간 망토, 단추스프와 같은 동화와 민담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실제 인형의 집과 오래된 구옥을 참고해 공간을 구성하고, 이야기의 등장인물을 동물과 사물의 상징으로 치환한다. 귀족적인 분위기의 페르시안 고양이는 신데렐라를, 숲속의 가장 생명체인 다람쥐들은 엄지공주를, 귀여운 토끼 모녀는 늑대의 위협 속에 놓인 빨간 망토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이야기의 핵심 장면은 직접적으로 드러나기보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단서들을 통해 은유적으로 제시되며, 우리가 아는 결말 이후 또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않는 이전의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이를테면 브레멘 음악대 테마의 돌하우스 작품은 여행의 끝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집을 발견하고 정착하여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으로 새롭게 해석되었는데, 이는 하연주가 널리 알려진 서사의 절정이나 결말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이야기 속에서 생략되었던 시간과 감정을 포착하며 익숙한 동화를 새롭게 확장하는 것을 담은 내용이다.
작품 제목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동화의 이름 대신 민담 분류 체계에서 차용한 기호와 숫자로 표기된다. 이는 작품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한 장치이자, 관람객 스스로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찾아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이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정답을 확인하기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복원하게 된다. 같은 동화를 보더라도 누군가는 주인공을 기억하고, 누군가는 배경을 기억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특정한 감정만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Knock Tales》의 집들은 단순히 이야기를 담아두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시선이 만나는 장소이며, 관람객을 즐겁게 환대하는 환상의 무대이다. 문을 두드리는 순간 이야기가 시작되고, 작품 속 풍경들은 각자의 기억과 만나 새로운 서사로 이어진다. 하연주가 조용히 묻는 질문들, 당신이 처음 만났던 환상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6월 13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서인갤러리에서 열리는 하연주 작가와의 대화에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작품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동화와 민담을 해석하는 방식부터 인형의 집이라는 형식을 선택하게 된 배경까지 함께 들어볼 수 있다.
Installation Views
Art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