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1월 29일부터 서인갤러리에서 이다겸 작가의 개인전 《상상안의 상상》이 개최된다. 이다겸 작가는 선(Line)으로 캔버스 위의 이야기(Narrative)를 써내려가며, 우리가 바라보는 화면너머의 이야기를 마치 실제 영상을 감상하는 것처럼 상상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17점은 작가가 그간 영감받은 여러 활동과 매체, 수영과 오디오북, SF소설 등 직간접적인 체험에서 이어진 상상의 이야기이다.
이다겸 작가가 선을 사용해서 작업을 하는 이유는 선이 점과 점으로 이어져, 처음과 끝이 있는 이야기와도 같기 때문이다. 선의 흐름 자체가 시간이 흘러감을 의미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나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이미 과거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늘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뒤쳐지지 않고 현재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삶을 수영에 영감받은 ‘글라이드’적인 유연한 태도로 헤쳐나가길 염원한다. 수영에서 글라이드(Gliding)는 힘을 빼고 추진력을 얻은 후 몸을 최대한 길고 곧게 펴서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며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동작으로, 호흡이 안정되고 에너지 소모를 줄여 더 길고 효율적인 수영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삶을 살아가는 ‘글라이드’적인 태도 또한, 의도적으로 힘을 빼서 유연하게 살아가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물의 저항, 즉 삶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고, 물 흐르듯 흐름에 맡기는 삶은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물 흐르듯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선을 그으며 화면을 채워나가는 행위는,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의 시각적 형태이다. 이다겸은 세상이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점(사건)으로 이루어진 선은 처음과 끝이 있으며 이야기의 시작과 끝과도 같다. 끝없는 선이 오가는 화면은, 전시장에서 무한 반복되는 영상처럼 느껴지고, 흘러가는 영상은 선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로 읽힌다. 그리고 감상자들은 작품안에서 선을 따라가면서 바라보는 화면에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발견하게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 《상상안의 상상》은 이다겸 작가가 문학의 세계에서 길어 올린 영감을, 시각적 언어인 '선'으로 번역해낸 기록으로, 폴 오스터, 황석영, 앤디 위어, 류츠신 등 다양한 문학 작품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황석영의 묵직한 서사, 앤디 위어와 류츠신이 보여준 SF적 상상력은 작가에게 시공간을 초월한 '실재감'을 부여했고, 텍스트를 통해 간접 체험한 세계가 내면에서 실재로 변하는 경험은 ‘선의 숲’으로 형상화되어 작품에 담겼다. 직접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보다, 누군가의 서사속에 상상을 덧입혀 선을 긋고 쌓음으로 새로운 차원의 실재를 만들어낸다. 촘촘히 늘어선 선의 흐름 속에서 배경과 소재는 경계를 잃고 서로에게 스며든다. 이 해체된 현실의 틈을 메우는 것은 다름 아닌 감상자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 《상상안의 상상》일 것이다. 이다겸 작가가 정성껏 마련한 이 ‘글라이드(Gliding)’적인 공간 안에서, 관객들 또한 삶의 저항을 잠시 내려놓고 유연하게 유영해 보기를 권한다.
Installation Views
Artworks